어머니로부터 부끄럽게 배운 ' 신실한 나눔 ' > 십년전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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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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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로부터 부끄럽게 배운 ' 신실한 나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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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이었던것 같습니다.
저희집은 부산으로 이사를 가서 모든 식구들이 부산에 살고 있습니다.

작년에 부산에서 서울에 오셔야 할 일이 있으셔서 오셨을때의 일입니다.
일산에 가실 일이 생겼습니다. 마침 저와 키티도 일산에 아는 업체에 들를 겸
어머니 혼자 서울에서 가시기에는 먼 거리기에 말동무도 해드릴겸 지하철을 타고 일산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지하철 어디에서나 좀 도와달라며 다니는 할머니, 할아버지나 걸인들이 있죠.

경복궁을 지나 서울권을 벗어나서 일산쪽으로 향하던 도중에 그런 분 중 한분이 구걸을 하며 통로를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저만치서 걸어오고 있는 할머니 ( 할아버지였는지 기억이.. )를 보시더니
지갑에서 지폐 한 장을 꺼내셔서 지나가실때 드리더군요.

어머니 옆에는 키티가 앉아있었고 저는 맞은편 좌석에 앉아있었습니다.

어머니께 말씀드렸습니다.
" 어머니. 요즘은 걸인이 아닌데도 저렇게 하는 사람들도 많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동원해서 저렇게 시키는 깡패들도 많아요. 그러지 마세요. "

어머니는 건너편 자리에서 응시하시던 곳을 계속 응시하시면서 나긋하게 말씀하셨습니다.
" 그래도 혹시 저중에 진짜 걸인이 있을 수 도 있잖아. "

순간 뒤통수를 한 대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머니도 이미 알고 계신것이지만 그 혹시 모를 걸인을 위해 당신의 지갑을 여신것 이었습니다.


어릴때부터 어머니께서 항상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그것을 내세우시지 않는 모습을 보며 자라왔습니다.

연탄난로를 겨울이면 집집마다 설치하고, 서울이긴 하지만 대로변 말고 골목은 포장되지 않은 곳이 많았던 시절이었으니 참 어려운 사람들도 많고 배고픈 사람들도 많았던 시절입니다.

어머니는 그때에도 조금이라도 나눌 무언가가 있으면 어려운 사람에게 양말 한켤레라도, 쌀 한 보따리라도 가져다가 나눠 주시곤 했습니다.

1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났을때, 어머니가 나눠주신것의 백배 천배로 어머니가 돌려받는 모습을 보며 자라왔지만 정작 저는 어머니의 반의 반도 닮지 못했네요.

세월이라는 길을 따라 걸으면서 전 많은 메스미디어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치 물기가 가득한 부드러운 밀가루 반죽이 바짝 말라들어가 딱딱해 지듯이 변해버렸습니다.

얼마 안있어 일흔이 되실 어머니는 그 긴 세월동안 세상이 험해지고 속이는것이 다반사가 되어버린 세상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혹시나 정말 힘든 사람을 위해 속고 계셨던 것입니다.

정말 부끄럽고 다시 한번 당신의 그 신실한 나눔에 고개숙이게 됩니다.

구세군의 종소리가 울리는 요즘 그곳을 지나며 마음이 편하지 않는 이 계절에
어머니의 그런 모습이 떠오르는것은 제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라는,
행동으로 지금껏 보여주신 삶의 신실한 가르침 때문이겠지요.

저역시 많이 힘들고 어려운 처지이지만 오늘은 천원짜리 집에 가는길에 구세군 냄비에 천원짜리 지폐라도 진심어린 마음으로 넣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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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전체

마눌이라는 단어는 제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 중 하나입니다. ㅜ.ㅡ
부인이라는 좋은 단어를 놔두고 왜.. ㅠ.ㅠ

개인적으로는 안사람이라는 말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부인의 내조 없는 " 바깥양반 " 은 존재하지 않기에..
천원을 무시하는게 아니라.. 천원 넣을거면 쪽팔려서 라는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가 있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적으면 적은 금액이라도 라는 뜻으로 치환하기 위해 사용한 문구일 뿐입니다.

달수님이 이것때문에 기분이 상하셨다면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많이 심심할때는 소금 좀 뿌리시고.. 쿨럭;;

P/S 저의 경제력을 지금 모르셔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ㅠ.ㅠ
저희 어머니와 비슷하시군요...

오늘 시아버님 잠옷을 사러 가는길에 구세군과 걸인을 봤습니다.
마침 오늘 아파트 알뜰 장이 서는 날이라 현금을 다 써버려 하나도 없고,
지갑에 동전들만 있어서... ㅜㅜ 동전을 짤랑  넣었습니다.
소쿠리로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더군요..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답니다... 오리주둥이님처럼.. 소리없이 천원 한장 드려야 맘이 편했을텐데..

글쎄요..
제가 그렇게 착한 사람은 아닙니다만..
그냥 저는 그런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그들 보다는  제가  비교할수 없이 훨씬 행복하지 않느냐고...


문득, 마음을 넉넉하게 가지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릅니다.
물질적으로 넉넉해서 나눠주는 그런것 외에도요....


찾으면 많습니다.

마음으로 실천해야할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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